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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 인간수업 2부

[*본 리뷰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4화부터 7화까지의 내용과 그에 따른 감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감한 소재 선택과 파격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간수업>의 초반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 속 눈에 띄는 부분은 의외의 섬세한 연출이다. <인간수업>에는 몇 가지 상징물이 등장하는데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소라게’이다. 악질 포주인 지수가 애착을 보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자신의 반려동물인 소라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 생명체는 주인공 ‘지수’를 대변하는 메타포다.

소라게는, 지수는 연약한 몸체를 숨기기 위해 껍질을 갈구한다. 그의 첫 번째 껍질은 ‘돈’이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인간수업>에 등장하는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중 한 구절이다. 지수를 키운 것은 가족이 아닌 세상의 풍파와 역정. 가족은 지수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했고 지수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돈을 택한다. 그러나 이 위태로운 껍질은 곧 부서지고 마는데 바로 지수의 아버지에 의해서이다. 극 2화에서 지수를 찾은 그의 아버지는 지수의 전 재산을 들고 달아나고 이 과정에서 첫 소라게는 아버지의 발에 밟혀 죽음을 맞이한다. 지수의 보호막이었던 ‘돈’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물론 희미하게 존재하던 가정에 대한 소망까지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다.

아이러니한 지점은 지수의 껍질이 되어주어야 할 아버지가 지수의 껍질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는 것. 이 부분은 <인간수업>의 주제 의식과 맞닿아있다. <인간수업>은 매회의 마지막을 이런 문구로 마무리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을 알고 계신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인간수업>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건 명백히 어른들에게 보내는 메세지라 할 수 있다. 드라마는 묻는다. 아이들의 행동에 과연 우리의 책임이 없다 말할 수 있는지. 무능력하고 무자비한 어른의 모습과 이 문구는 이를 보는 어른들의 가슴 한 켠을 불편하게 만든다.

껍질을 잃고 움츠러드는 지수.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은 ‘규리’다. 규리는 돈다발을 내밀며 동업을 제안하고 결국 지수와 규리의 공생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규리는 지수에게 새 소라게를 선물한다. 그렇게 지수에게 규리라는 새로운 껍질이 생겨난다. 규리는 껍질의 기능을 훌륭하게 해내는 듯 보인다. 극 4화 학교에서 정체를 들킬 뻔한 지수를 구해준 것도 규리,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 또한 규리, 극 7화 납치 당한 지수를 구하러 나서는 것 또한 규리이다.

껍질은 무언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조금 비틀어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암흑 속에 가두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동업을 시작한 규리는 사업을 확장해 남성 성매매를 진행한다. 조직폭력배인 ‘대열’의 애인이 이를 통해 조건만남을 가지고 그를 알아챈 대열은 분노하며 조건남을 찾아 살해하려 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지수의 사업을 돕던 ‘왕철’은 큰 부상을 입고 왕철을 따르던 ‘민희’가 경찰과 접촉하며 점점 지수와 규리의 목을 옥죄어 온다. ‘대열’은 지수를 조건남으로 오해해 그를 납치하고 지수는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이처럼 규리라는 껍질은 지수를 보호하는 동시에 그를 위험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위협이 가해졌을 때 껍질 더욱 깊숙이 숨어버리는 소라게처럼, 지수 또한 규리라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몇 번이고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수는 항상 최악의 선택을 하며 암흑 속에 머무른다.

껍질 깊숙한 곳에서 지수는 변화한다. 늘 불안한 듯 흔들리던 두 눈은 점점 차갑고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궁지에 몰린 지수의 얼굴에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섬뜩한 표정이 맴돈다. 왕철의 안위를 걱정하며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하는 민희를 타이르는 지수.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가면을 쓴 지수의 모습은 <인간수업> 초반 그가 보였던 모습과는 확연한 변화가 느껴진다. 위협이 다가오면 지수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체 껍질 속을 더욱 파고든다. 캄캄한 껍질 안에서 그의 표정은 점점 서늘해지고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렇게 이 기묘한 공생은 점점 손쓸 수 없는 암흑으로 떨어져 간다

감독은 소라게라는 메타포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소라게는 주인공을 대변하는 훌륭한 상징물이자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서 사용된다. 득인지 실인지 모를 규리와 지수의 기이한 관계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복선의 기능 또한 하고 있는데, 위협이 닥치면 더욱 깊숙이 숨어버리는 소라게의 습성은 남은 3회 동안 지수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 할 수 있게끔 한다.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은 이런 문장으로 막을 내린다. “나는 결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으련다.” 껍질 속 지수는 어떤 선택을 할지, 이 지독한 수업 끝에 그들이 얻는 교훈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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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당시 연기에 상당히 흡족했다고 들었는데 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소라게라고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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