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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라그나로크, 용두사미라는 넷플릭스 시리즈의 공식을 깰까?(스포주의)

헐리우드는 영화의 최초 발원지는 아니지만 지난 100여년간 영화라는 분야의 주류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따라서 많은 문화요소들이 헐리웃 영화에서 묘사되는 대로 이해되거나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리뷰할 라그나로크는 북유럽신화를 현대화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Marvel Cinematic Universe(MCU)의 주요 캐릭터로 잘 알려진 ‘토르Thor’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토르는 천둥의 신으로 천둥을 뜻하는 thunder와 앞 발음이 같아 정확한 발음은 ‘쏘르’에 가깝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토르라 쓴다.

이야기의 중심축인 북유럽 신화에는 토르와 함께 3대신, 혹은 4대신이라고 불리는 신들이 있는데, 전지전능한 신들의 아버지 오딘Odin과 그의 친아들 토르, 그리고 그의 양아들 로키Loki이다. 여기에 굳이 하나 더 뽑자면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오딘의 딸 헬hel – MCU 영화에서는 오딘의 딸로 등장하지만 북유럽신화에서는 로키의 딸로 묘사된다. 영예롭지 못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가는 지하세계를 관장한다. – 이 있다. 드라마 라그나로크 시즌1에서는 편모 가정의 두 아들이 등장하는데, 그들 중 형인 ‘망네(다비드 스탁스톤 분)’가 토르의 현신이다. 한편 동생 레우릿스(요나스스트란 그라블리 분)는 직접적으로 능력이 발휘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로키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유럽신화의 신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에서든 캐릭터로 활용하는데 손색이 없다. 다만 유럽 역사상 그리스-로마에 비해 북유럽은 비주류였기 때문에 그 활용도가 크진 않았다. 1950~90년대까지 헐리우드 영화계는 성경과 그리스 신화 신들을 모티브로 한 DC 코믹스의 캐릭터들을 영화화했는데, DC의 후발주자로 코믹스 세계에 뛰어든 마블은 DC캐릭터와 차별화를 위해 돌연변이와 과학, 스파이, 그리고 북유럽신화에 주목하지만 유독 영화시장에서만큼은 – 스파이더맨을 제외하고 –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가온 2000년, 마치 마블의 시대를 선포라도 하듯 X맨이 대 흥행을 기록한 뒤, 2003년 아이언맨이 영화화 되면서 전세가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 이후 2019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성장하여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시장을 쥐고 흔들게 된 MCU. 그 과정에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MCU 3대장이 된 토르는 자연스레 전세계에 북유럽 신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많은 평론가들은 MCU의 캐릭터가 2000년부터 사랑을 받다가 2010년대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한 이유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꼽는다. 소수자에 대한 조명과 다양성 존중은 1960년대 X맨부터 이어져 오던 마블 캐릭터의 특성으로 지목된 바 있는데, 이것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등장과 맞물려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 전지전능과 강력한 힘을 기본 스펙으로 달고 있는 DC의 캐릭터와 비교해 좀 더 시대에 맞는 히어로들로 인식되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토르 라는 캐릭터는 마초적인 백인 남성을 대변하면서, 오히려 초반의 인기를 점차 잃고 코믹캐릭터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정점이 토르 캐릭터 시리즈의 3편 라그나로크인데, 대체로 멍청하고 마초적이어서 시대에 뒤떨어진 ‘순수한 꼰대’가 토르 라는 캐릭터의 전형이 된다.

그런데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의문이 든다. 과연 북유럽 사람들도 자신들의 옛 신을 저렇게 기억하고 묘사할까?

넷플릭스의 드라마 라그나로크의 분위기는 마치 북유럽의 날씨처럼 차갑다. 어느 곳을 비춰도 회색 빛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드라마 도입부분에서는 고대 노르웨이어 표기법으로 쓰여진 문자가 나타나고, 곧이어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듣기 힘든 – 심지어 귀에 거슬리는 – 유럽풍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별다른 카메라 워킹도 없이 그저 달리는 차창 너머에 보이는 주인공 망네의 얼굴을 한참 비추면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MCU에서 등장하는 크리스 햄스워즈의 토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주인공 망네는 백인이고 금발에 가까운 머리칼을 가지고 있지만 MCU의 토르와 전혀 비슷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피부는 훨씬 차가운 흰색이었고, 금발은 회색에 더 가까워 보였다.

아름다운 북유럽의 풍경이 마치 자연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이어지고 대사 한 마디 없이 어딘가 촌스럽고 귀에 거슬리는 음악만이 들려오다가 유툴산업이라는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하나 등장한 뒤 망네의 동생 레우릿스의 첫 일성이 들린다.
“쓰레기통이 따로 없네.”

– 레우릿스는 설정상 망네의 쌍둥이 동생으로 나오는데, 그 역시 백인이지만 흑발을 띠고 있어 둘의 관계가 평범한 형제는 아님을 암시한다. 그가 토르의 배다른 동생 로키일 것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그 이후 망네와 레우릿스의 엄마가 등장해 아빠가 없는 편모가정이고, 도시에 살다가 교육과 직장문제로 이사를 오게 되었으며, 자신이 어렸을 때 살던 곳이라는 기본 정보를 쏟아낸다. 곧이어 마을로 들어선 망네의 가족은 마을 어귀에서부터 전동차가 고장나 움직이지 못하는 할아버지 때문에 차를 멈추게 되는데 이를 본 레우릿스는 불평을 하고, 망네는 차에서 내려 할아버지를 돕는다. 이때 마침 편의점을 운영하는 묘한 분위기의 할머니가 망네를 유심히 바라보고 그의 이마를 손으로 한 번 훑는다. 그리고는 망네의 눈이 번쩍, 이어서 소나기가 쏟아진다.

자, 이제 나올 이야기는 다 나왔다. 이 드라마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고 솔직하다. 라크나로크의 스토리는 북유럽 신화를 거의 그대로, 그러니까 ‘솔직하게’ 현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암시나 복선은 없다. 북유럽신화에 대해 조금의 지식이라도 있다면 스토리는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물론 현대화 했기 때문에 생겨난 로맨스나 드라마적 요소 정도는 존재한다.

망네가 토르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은 단순히 고향으로 돌아왔기 때문인데, 이와 같은 설정은 MCU의 라그나로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 토르는 아스가르드라는 신들의 세계에 있으면 무한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북유럽의 그 많던 신들이 어째서 지금은 기독교의 유일신 비해 약해졌는가를 어느 정도 납득시키는 요소로 쓰이고 있다. 그들은 그 지역의 신이기 때문에 지역을 벗어나면 힘을 잃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다만 실제 신화에서는 그런 말은 없기 때문에 명확히 후대의 작가들이 가져다 붙인 설정이다.

하지만 토르가 아스가르드를 떠나서도 힘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있는데, 그것이 그 유명한 토르의 망치다. 그 망치는 북유럽 신화에서 만능 대장장이인 난쟁이 ‘에이트리’가 만들어주는데, 로키의 장난의 결과로 가지게 된다. 망치가 특이한 점은 로키가 망치를 만드는 난쟁이를 방해하는 바람에 망치의 손잡이가 짧아졌다는 것인데, 대신 사용하기 쉽도록 던지면 다시 주인을 찾아 돌아오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 망치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한 물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는 설정이 있지만 라그나로크 시즌1에서는 망네가 토르 임을 암시할 뿐 망치에 대한 이야기는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시즌1 막바지가 되어서야 망네는 자신이 토르 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는데, 그 힘을 사용하려고 마음 먹는 사건이 벌어지니 그것이 친구 이솔데(일바 비카 카스 테딘 분)의 죽음이다. 이솔데는 유튤산업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유튜브로 폭로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이 있는 창고를 발견하고 나서 변고를 당한다. 잠깐 이솔데에 대해 알아보면, 이솔데는 웨일스와 아일랜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리는 트리스탄과 이솔데의 이야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비극적인 사랑의 대표 상징이며, 이솔데라는 이름을 가진 여주인공(스러운)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북유럽신화는 인간과 신의 관계에 집중한 그리스 신화와 달리, 신과 서리거인의 싸움에 집중한다. 드라마 라그나로크 역시 이들의 싸움을 기본스토리로 가지고 있다. 신화에서 신과 서리거인은 싸움은 오딘이 세상을 만들 재료를 얻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이자 만물의 기원인 이미르를 죽이면서 시작된다. 이미르의 몸에서 나온 피가 홍수를 일으켜 그때까지 존재했던 거의 모든 거인들이 죽기 때문에 그 와중에 살아남은 딱 두 명의 거인, 즉 베르겔미르와 그의 아내는 차갑고 독기가 가득한 니플헤임과 요툰헤임에 터전을 잡고 자신들의 후손을 키우면서 동족 모두를 죽인 원수를 갚을 생각으로 신들을 위협한다.

드라마에서는 예상대로 유툴산업의 운영진 가족이 서리거인이다. 그들은 수명이 엄청나게 길기 때문에 사회 각 분야에서 인간행세를 하며 지도층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과는 다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어 사이코패스와 같은 면모를 보이지만, 가끔 벌거벗고 사슴의 심장을 산 채로 잡아먹는다는 것을 빼고 평소에는 나름 합리적이고 친절하다. 그런 면에서 시즌1의 설정만으로는 그들과 지금 존재하는 대기업과 큰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다. 만약 주인공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 이솔데가 죽지 않았다면 망네가 토르의 힘을 깨닫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지금 많은 대기업들이 유사한 짓을 하고 있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북유럽신화는 원래부터 역설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는데,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처럼 문제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선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옳은 일은 없다. 세상을 끝내는 라그나로크마저도 신과 서리거인의 사생아 로키에 의해 일어나며, 로키가 최악의 전쟁을 일으키는 배경에는 오만한 신들이 존재한다. 또 결과적으로 라크나로크 이후에 신의 속박을 벗어나 생명의 꽃을 피운 것이 미드가르드, 즉 인간들의 세상이니 인간에게 라그나로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정리하자면, 드라마 라그나로크는 굉장히 낯설다. 단순한 스토리 구조와 신화적 설정을 대놓고 보여주면서 메인스토리의 흐름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암시를 준다. 이어서 대기업의 횡포로 부당한 해고, 산업재해를 당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끌어왔고, 사회지도층과 일반 사람들의 괴리감을 북유럽신화를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 복지부동의 공무원과 역시 현실에 만족하는 기성세대, 그에 따른 젊은 세대의 좌절감을 담으려 노력했다. 예상컨데 라그나로크에 이어지는 시즌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중점으로 부각될 것이며, 젊은 세대들의 움직임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즌1은 단순히 예고의 역할을 하기에도 좀 부족했다. 곳곳에 아쉬운 연출력도 보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낯설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도 꽤나 존재한다. 이 낯선 느낌을 지우기 위해선 시즌2가 빨리 나오는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다른 드라마가 용의 머리로 시작해 시즌이 거듭될수록 뱀의 꼬리를 드러냈다면, 라그나로크는 뱀의 꼬리에서 시작했으니 이제 용의 몸통과 머리를 만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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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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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에 모탈이라는 드라마 나왔는데 영화였나 ㅋㅋ거기서는 토르의 자식 후예 가 나오는데 나중에 망치를 가지게 되는데 사랑하던 여자가 죽어서 분노의 화신이 되고 끝났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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